저에게 단기선교는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 도전이었습니다. 늘 소망해왔지만 궤양성대장염이란 병을 갖고 있었기에 수시로 화장실을 가야 하고 장시간 차를 타는 것도 힘들고, 음식에도 예민하고, 조금만 피곤해도 염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어찌어찌 간다하더라도 혹시 힘들게 준비한 사역진행에 방해가 되거나 다른 팀원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 늘 마음에만 간직했던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8년간 먹던 약도 끊고 어느정도 컨트롤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허락해 주셔서 담대히 선교를 가기로 마음을 먹고 광고가 나오자마자 1등으로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기도하며 기다리고 기다리던 7월 17일, 오전 9시반부터 1시반까지 4시간짜리 수업이 있었고 2시 50분 비행기여서 3시간 정도만 듣고 12시반에 살짝 나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수업에 들어갔는데 놀랍게도 수업이 딱 12시반에 끝났습니다. 그렇게 할렐루야를 외치며 출발한 이번 에드몬튼 도시원주민 단기선교는 한마디로 저에게 복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이야기하신, 감사로 시작해서 은혜로 끝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에드몬튼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 휴대폰 e-book으로 김남국 목사님의 창세기 파헤치기 시리즈 네 권 중 마지막 이야기, 앞서 보낸 자 요셉이란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요셉이 17세에 노예로 끌려와 30세에 총리가 될때까지 노예살이와 감옥살이로 보낸 13년이란 시간이 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나나이모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2004년, 꼭 돌아오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셨고 캐나다로 돌아오기까지 정확히 13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보디발의 아내 때문에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 지낸 2년간, 요셉을 총리로 세우기 위해 정치범 수용소에서 중요한 사람들을 만나게 하시고 애굽의 정치, 경제 이야기를 듣게 하시며 치밀하게 준비시키신 하나님의 세밀한 계획을 보게 하셨습니다. 저도 캐나다에 온지 2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2년간 하나님께서 저를 치료하시고 훈련시키시고 이렇게 단기 선교를 가기까지 베풀어 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정말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완벽한 계획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태초부터 시작된 그 놀라운 구원의 계획을 이뤄가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첫날, 기대에 찬 마음으로 제가 맡은 사역인 네일아트를 시작했는데…그들의 손을 보고 왈칵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대체 언제 발랐는지 모를 매니큐어를 힘겹게 지워내자, 다 깨지고 때가 잔뜩 낀, 태어나서 처음보는 손톱이었습니다. 매니큐어는 바르고 싶은데 그럴 여유가 없었는지 유성펜이나 마커로 손톱을 마구 칠해 놔서 리무버로 아무리 닦아내도 지워지지가 않았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지우고 원하는 색으로 덮어 바르고 최대한 화려하고 예쁘게 마무리를 해줬고 그들은 너무너무 예쁘다며 아이처럼 좋아하고 고마워 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화려한 매니큐어로 착색되고 깨진 손톱을 가릴 수는 있지만 그 손톱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선교팀의 작은 섬김으로 잠깐의 배고픔을 해결하고 잠시 즐거움을 줄 수는 있지만 그들의 근본적인 아픔을 해결해 주시고 자유함을 주실 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밖에 없음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최승일 선교사님께서 인도하시는 기도회를 시간을 가졌는데, 지난 6월초 밴쿠버에서 열린 한인 원주민 선교정책 포럼에서 선교사님들이 나와서 특송을 했던 곡인데 목이 메어 제대로 부르지 못했던 곡이라며 함께 찬양하길 원하신다고 ‘그날’이란 찬양을 지목하셨습니다.
곡목을 듣는 순간 전 벌써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선교오기 전날, 혹시 기도회 찬양시간에 반주를 해야할까 싶어서 핸드북에 있는 15곡의 찬양을 모두 한번씩 쳐보던 중 이 ‘그날’이란 찬양에 감동을 주셔서 늦은 시간까지 무한반복으로 울며 건반으로 찬양했던 곡이었습니다.
누가 내게 부르짖어 저들을 구원케 할까
누가 나를 위해 가서 나의 사랑을 전할까
나는 이제 보기 원하네 나의 자녀들 살아나는 그 날
기쁜 찬송소리 하늘에 웃음소리 온 땅 가득한 그 날
왜 지금 이 때에,,
왜 에드몬튼일까,
내가 그곳에 가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을 다 표현해 주고 있는 찬양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순종하며 나아갈 때 모든 것을 책임져 주신다는 것도 친히 보여주셨습니다. 선교기간 내내 비소식이 있었고 바비큐가 계획된 금요일만은 비가 오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준비했었습니다. 정말 놀랍게도 정확히 금요일에 200인분의 패티를 굽는 동안에는 날씨가 완벽히 맑아서 감사하게 사역을 잘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주방팀이 장을 보기 위해 차를 사용하고 있어서, 구디백을 준비하느라 달러샵에서 재료를 잔뜩 사들고 걸어와야 했는데 걸어오는 동안에도 완벽히 비를 막아 주시고 교회에 들어서는 순간 쏟아지는 비를 보며 전능하신 하나님을 찬양하게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은 첫사랑을 기억하게 하시면서 변함없는 당신의 사랑을 다시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모태신앙이었던 제가 처음으로 하나님을 직접적으로 만난 건 초등부에서 중고등부로 넘어가는 첫 겨울 수련회에서였습니다. 뜨거웠던 저녁 집회가 끝나고 기도할 사람은 더 기도하고 잘 사람을 자라고 했는데 전 그 어린 나이에 뭐가 그리 기도할게 많은지 날이 새도록 기도를 했습니다. 밤새 제 입에서 나온 건 회개였습니다. 엄마 지갑에서 500원을 몰래 가져갔어요 같은 사소한 죄의 고백부터 철저히 내가 죄인임을 깨닫고 무릎 꿇게 하셨습니다. 그러던 중 고개를 들어 십자가를 봤을 때 원래 십자가 뒤에 있던 조명보다 수십 배 더 밝고 환한 빛을 보았습니다.
선교 첫날, 하루 종일 받은 은혜가 너무 커서 잠이 오지 않아 본당에 들어가서 혼자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눈을 들어 십자가를 바라봤을 때 열세살에 보았던 그 눈부신 십자가가 다시 그곳에 있었습니다……
비록 돌아와서 몸살로 2~3일을 누워있어야 했지만, 그래도 선교지에서 4일간은 출혈도 완벽히 멈추게 하셨고 때에 따라 부워주시는 은혜로 감사가 넘치게 하셨습니다. 태초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계획, 그 계획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통해 성취되며, 나를 너무너무 사랑하셔서 그 계획하심에 나를 사용하기 원하신다는, 그 복음과 격한 사랑의 고백이 나를 에워싸서 종일 주님을 부를 수 밖에 없었던 시간 이었습니다. 선교를 가서 원주민들에게 사랑과 복음을 전해야지 했는데 실제로 별로 해준건 없고 저만 이만큼 은혜 받고 돌아온 게 아닌가 싶어 부끄럽기도 하고 그들을 위해 더 기도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번 에드몬튼 단기선교를 통해 주신 마음과 은혜를 가지고 제 삶의 자리에서 새롭게 선교적인 삶을 살아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계속 함께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리며 모든 영광과 감사를 하나님께 올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