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뒤끝 있으신 목사님께서 왜 숙제 안 올리냐고 물으시길래 "제가 이유 다 QT노트에 써 놓았거든요"하고 자신있게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럼 그것까지 같이 올리세요" 하시더라구요. 허걱! 이게 뭡니까. 

   지난 11월 23일 "더 내려놓음"에 대한 말씀을 듣고 제가 생각했던 것입니다. 저 한 사람 쪽팔려서 QT나눔에 어려움과 두려움이 있는 다른 분들에게 위안이 된다면, 수십년 간 해 온 '이미지 관리' 내려 놓겠습니다.   

   제자들이 호숫가에 닿아 땅에 내리니 숯불이 피워져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요한21:9) 베드로는 대제사장의 공관 마당에 불을 쬐려다 여자 하인이 알아보는 바람에 예수님을 부인한 적이 있다. 베드로는 하나님을 사랑함에도 계속 넘어지고 실패한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망가진 장소, 사건에서 다시 세워주신다. 실패했지만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게 해 주신다. 베드로처럼 다 내려 놓을 수 있으면, 주님께서 우리를 회복시켜 주신다.


   우리 人生도 베드로처럼 늘 실패하고 넘어진다. 나 역시도 한 번 먹고 체한 것은 다시 안 먹는다. 한 번 넘어진 상처가 있으면 잊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교회 홈피에 글을 올리지 못한다. 예전에  이런저런 모임에서 글을 올렸다가 흐지부지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 후로는 어디에도 글을 올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남편이랑  15년 산 것 빼고는 이날까지 진득하게 한 것이 없다. 이 나이 먹도록 뭐 하나 내세울 것이 없다. 그런 열등감이 항상 내 발목을 붙잡고 사사건건 방해를 한다. 마음 어느 구석에서 또 비웃는다. ‘네가 얼마나 교회 다니나 두고 보자. 인생 짧은데, 뭔 영광을 보겠다고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해. 그냥 살던대로 살어.

 
   
   말씀 공부 열심히 해서 내공을 쌓은 다음 '남 부럽지 않은 아카데믹한 QT나눔' 올리겠다고 굳세게 마음먹고 있었는데, 제 교만과 허세를 내려 놓아야겠습니다.(사실 이거 빼면 제 정체성 무너집니다). 그리고 또 어느 세월에나 저한테서 그런 나눔이 나오겠습까?